NakedTree.Tistory.com

POST : ★/(說)

박유연 기자의 알기쉬운 경제이론 2

`펀드런` 일어날 법한데… 기억효과가 막고 있죠 
 
◆박유연 기자의 알기쉬운 경제이론◆


연일 미국에서 들려오는 금융 악재 소식에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그런대로 버티고 있다. 펀드 대량 환매를 뜻하는 펀드런(fundrun) 사태 징후도 찾기 어렵다. 옆집에 불이 났는 데도 느긋하게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작은 집을 연상시킨다. 예전 같았으면 펀드 판매 회사 창구로 달려갔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인내심을 갖게 됐을까. 경제학에서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기억효과`를 든다. 과거에 `~이러했다`는 기억이 현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펀드 투자자들은 1보 후퇴 후 2보, 심지어는 10보 전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잠깐 주춤하거나 크게 폭락했더라도 주가가 다시 크게 올라 큰돈을 만진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 기억은 곧 `언젠가는 다시 오른다`는 가까운 장래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져 펀드런 사태를 막고 있다.

기억효과는 인간이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가정을 부정한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현재 혹은 미래에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토대로 치밀하게 현재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경제 주체마다 분석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선택을 하기 전 과거 기억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비단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서도 과거 기억은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몇 번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가격이 올랐고 폭등도 몇 차례 있었다`는 기억은 십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대량 손절매 사태를 막고 있다.

기억효과는 정부 경제정책 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하겠다고 발표한 뒤 실제 얼마나 이행했고 그 효과가 어땠는지에 대한 국민 기억은 새로운 경제정책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감퇴시키기도 한다. 과거 공염불에 그쳤던 정책을 또 하는 것이라면 국민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정책효과가 반감되며, 과거 여러 차례 실시했고 효과도 강력했던 정책이라면 발표만으로 시장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기억효과는 이처럼 강력하지만 언제나 유효하지는 않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보 충격이 강하다면 기억 따위는 얼마든지 지워낼 수 있다. 기억은 한번 잊히면 현재 정보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연결된다. 이때 사람들은 한꺼번에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는 시장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단 한 번 `백색 섬광`만 번쩍해도 시력을 상실하고 무분별한 군집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디 미국발 섬광이 없어 펀드런 사태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op

posted at

2008/04/05 22:03


◀ recent : [1] : ... [41] : [42] : [43] : [44] : [45] : [46] : [47] : [48] : [49] : ... [228] : previous ▶

CONTENTS

NakedTree.Tistory.com
BLOG main image
나목의 블로그.
RSS 2.0Tattertools
공지
아카이브
최근 글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카테고리 태그 구름사이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