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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근무는 신앙이다
잠수함 함장들의 특별한 무엇…

신선하고 맑은 공기, 따사로운 햇볕, 편안한 잠자리,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TV 시청, 그리고….

잠수함 승조원이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리스트는 끝이 없다. 지상과 비교해 2% 부족한 산소와 10~20배가 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가벼운 두통 등 달갑지 않은 ‘덤’들도 많다.

그 대가로 얻는 것은 끝없는 인내뿐. 그럼에도 돌고래가 아로새겨진 잠수함 휘장을 왼쪽 가슴에 단 잠수함 승조원들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해군91전대장 임양환 대령은 “잠수함이 국가의 군사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기에 승조원들은 ‘잠수함 근무는 복무가 아니라 신앙이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오로지 믿는 것은 동료 전우들과 해도(海圖), 소리뿐. 오직 소리로 장애물을 짐작하면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바다 속에서 무쇠 덩어리 잠수함을 종교처럼 믿고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잠수함 승조원들이다. 그 승조원들의 중심에 바로 잠수함 함장들이 있다.

▲ ‘나’는 없는 공간

영화에서처럼 잠망경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기세 좋게 ‘어뢰 발사’를 외치는 잠수함 함장들의 모습은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하지만 ‘우리’만 있고 ‘나’는 없는 잠수함에서 함장의 역할은 녹록지 않다. 잠수함 내부에서는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소리까지 함내 전체로 울려 퍼진다.

그만큼 조용하다. 9전단의 한 함장은 “함장의 볼일 보는 소리를 승조원 모두가 함께 감상(?)하고 공유하는 잠수함 생활에서 계급과 직책으로 내려 누르는 권위적 리더십은 불가능하다”며 “서로 속옷 색깔까지 알 만큼 나만의 공간이 없는 잠수함에서 함장의 진정한 권위는 실력과 인격,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서만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에는 병사 없이 오로지 장교와 부사관, 다시 말해 간부만이 승조한다. 부사관들이 청소 같은 부가적인 업무까지 맡는 것이 잠수함이다. 이런 특별한 인적 구조는 함장의 지휘 부담을 가중시킨다. 모두가 간부인 만큼 일반적인 부대와는 리더십 기법도 다르다.

정운함장 윤성한 대령(진)은 “잠수함 함장의 역할은 부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숨겨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자신감을 배양시켜 주는 것”이라며 부하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 비결은 자율적 리더십

생도 때부터 잠수함 함장을 꿈꿨다는 이천함장 박정일 중령은 “외적인 권위를 세우기보단 같이 땀흘리고 호흡하는 과정을 통해 밀착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위함장 이제성 중령은 “함 일과계획(POD) 작성에도 부사관들을 참여시켜 스스로 책임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운동 등을 통해 거리감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표현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정신적 단결을 기초로 부하들이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승조원 총원이 자발적으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이 잠수함 함장들의 공통점이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특히 해군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마음 갖기 운동’의 취지에 절절하게 공감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승조원들이 한마음이 되지 않고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잠수함이기 때문이다.

▲ 책을 읽는 이유

잠수함 함장 중에는 엄청난 독서가들이 많다. 예의를 차리기 힘들 만큼 좁은 잠수함 내부에서 함장이 계속 돌아다니는 것도 승조원들에게는 불필요한 긴장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한 평 남짓한 함장실 안에서 잠수함 관련 서적이나 교양 향상에 도움되는 책을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

박 중령은 잠수함 함장들의 독서에 대해 “눈은 책을 향하지만 뇌는 오로지 귀쪽으로 열린 상태”라고 표현했다. 잠수함 함장들이 책을 읽기는 하지만 소리를 듣는 데 집중한다는 뜻이다. 잠수함의 특성상 소음만으로 잠수함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니 함장의 신경은 자연스럽게 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함장실 내부 스피커를 통해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가 가능하므로 함장들은 자연스럽게 귀에 신경을 모은다.

▲ 함장의 고독

잠수함 함장들이 가장 고독한 순간은 함장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해수면으로 떠오를 때 고독한 결단을 강요받다시피 한다는 게 그중 하나. 앞을 볼 수도 없고 오로지 소리만으로 장애물의 존재를 파악하는 잠수함은 부상(浮上) 중 선박 등과 충돌할 위험이 매우 높다. 미국 핵잠수함이 일본 어업실습선과 충돌했던 것도 모두 잠수함의 부상 중 발생한 사고다.

당연히 부상 순간만큼 함장은 시각·청각·후각 등 인체가 가진 모든 신경을 총동원한 오감으로 지휘한다. 충돌을 피하는 것은 거의 운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함장들은 오감에 더해 육감이란 것이 있다고 말한다. “함장들은 오랜 근무경험과 실력으로 뒷받침된 직관으로 물 밖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는 것.

이 중령은 “각 스테이션에서 부상해도 안전한 상태인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보고를 해 오지만 최종 결정은 오직 함장 몫”이라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에 깔고 부상 여부를 결정하지만 항상 긴장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잠망경을 올리고 안전 여부를 파악하기까지 허용되는 시간은 불과 수 초(秒). 이 짧은 순간에 부상이냐, 긴급 잠항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함장은 고독하다.

▲ 왕과 친구

잠망경을 올려 단 몇 초 만에 신속하게 일회전을 하면서 360도 해수면을 돌아볼 때가 있다. 이때 혹시라도 파란 바다와 하늘이 아닌 ‘시커먼 무엇인가’가 보인다면 이때는 충돌 직전 상황이다. 함장이 절규하듯 ‘긴급잠항’을 명령하면 잠수함은 거의 고꾸라지듯 높은 각도로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야 한다. 살기 위해서.

부상 때 외에도 단 몇 초 만에 잠수함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은 수도 없이 많다. 타기가 고장 나거나 밸브 이상으로 해수가 유입될 때면, 그 찰나에 함장의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 그래서 잠수함 작전 중에는 하루 3~5시간 정도로 최대한 잠을 줄이면서 비상시에 대비하는 함장들이 많다.

육상 근무시 철저한 체력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상 깨어 있기!’ 함장에게는 비원(悲願)이다.훈련이나 전투 때도 마찬가지. 물속에서는 통신이 제한된다. 전투나 모의교전 순간, 그 누구와도 통신을 할 수 없다. 상관이 사전 하달한 지침과 작전구역에 따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함장의 몫이다.

그래서 잠수함 함장을 놓고 ‘때로는 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함장의 결단력과 카리스마가 필요할 때는 왕처럼 행동하고 자율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가면서 승조원들을 이끌 때는 친구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신화의 비결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해서는 약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6개월 동안의 기초과정을 이수한 다음 실제로 승조하면서 6개월 이내에 잠수함 전반에 대한 숙지도와 실기를 평가받는 SQS(Submarine Qualification Standard) 과정을 거친다. SQS는 기본업무를 수행하면서 여가를 활용해 준비해야 한다. 한 항목 통과 때 서너 번씩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건 보통이다.

작은 손전등을 입에 물고 기름을 묻혀 가며 함 구석구석 배관을 확인하는 등 SQS를 통과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함장들도 평균 10년 안팎의 잠수함 승조 경험을 가진 만큼 당연히 SQS를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20년에 육박하는 해군 장교 생활을 거친 만큼 그 전문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훈련 중 어뢰로 모의공격할 때, 표적함과 어뢰의 움직임이 3차원으로 자동적으로 그려진다. 바로 함장의 머릿속에서. 해군의 모든 부대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잠수함전단에서는 전술토의도 활성화돼 있다. 잠수함 승조원 간, 전대·전단 차원에서도 수시로 전술토의가 벌어지므로 끝없이 토의와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도 한다.

9잠수함전단의 입구에는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한다’는 표어가 붙어 있다. 잠수함이 부상하지 못하는 것은 사고, 곧 침몰을 의미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사히 돌아오라는 소망이자 명령이 이 표어에 담겨 있다. 잠수함부대에서 흔히 ‘99%는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의미다.

단 1%의 미비점 탓에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해서는 100%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잠수함이라는 것. 자동차를 탈 때 타이어는 물론 예비 와이퍼를 들고다닐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철저한 안전 대비를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잠수함 장교들의 기질이자 근성이다.

2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9전단 소속 잠수함들은 그동안 림팩훈련 등 연합훈련에서 단 한 발의 어뢰로 미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를 격침시키고, 엄중한 미국의 항모 대잠경계진을 돌파하는가 하면 미국 성조지도 격찬한 ‘One Shot, One Hit, One Sink’(어뢰 1발 발사로 명중·격침) 같은 신화를 창조해 왔다.

해군9잠수함전단이 창조한 화려한 신화의 이면에는 잠수함 함장들의 자율적 리더십과 고독, 승조원들의 자기 희생, 끝없는 노력, 항상 100%를 지향하는 철저한 안전관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사진설명
① 훈련 중 잠수함 잠망경으로 포착한 수상함의 모습. 실전 상태의 적함이라면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단 한 발의 어뢰로 적함의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결정적인 상황이다.
② 전대장 주재하에 회의 중인 잠수함 함장들의 모습. 잠수함부대 지휘관들과 함장들은 때로는 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유연한 리더십을 통해 부하들의 자발적인 능력 발휘를 이끌어 낸다.
③잠수함 승조원들이 방수훈련을 통해 유사시 대처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만이 잠수함의 생존 비결이다.

2008.12.12 글=김병륜·사진=부대제공기자 lyuen@dema.mil.kr

<출처 : 국방일보>






십대 후반부터 스무살 초반,  내가 해군으로 입대하기 전까지
잠수함과 항모가 너무 타보고 싶어서 미해군으로 입대 할 수 없는지 고민했던 때가 있었지..

뭐, 해군에 입대해서도 함상에 올라간 횟수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만큼 배랑은 먼 근무였지만 -ㅁ-..
그래두 여전히 잠수함이라는 매카닉은 참 매력적이다.

내가 언제 어디서 일하게 되더라도 잠수함은 꼭 한번 타보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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