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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끄적

방학, 학교는 올스톱

나목 2008. 8. 27. 16:45

 

방학, 학교는 올스톱


  개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오픈기구들과 단과대학들의 홈페이지, 그리고 학교 시설물들을 점검해보았다. 결과는 참담하였다.

굳게 닫힌 철문, 굳게 닫힌 홈페이지

   학생회관에 위치한 각 오픈기구의 사무실들은 8월 25일 15시 현재 모두 굳게 문을 잠그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학생복지위원회에서 관리하는 자판기 중 방학동안 학생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도서관 1층과 사대로비의 자판기는 컵이 떨어져 동작을 멈추었고 총여학생회에서 관리하는 각 단대대 및 학관에 생리대 자판기는 텅빈 체 자신의 역할을 잊고 있었다. 온라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각 오픈기구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았지만 학생복지위원회에 9건, 졸업준비위원회와 동아리연합회에 각각 1건의 민원 글이 올라와 있었을 뿐 학우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활동의 흔적들은 방학 이후로 어떤 기구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2008년 총학생회 및 오픈기구가 출범한지 절반이 훌쩍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자체가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년째 같은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있는 학생복지위원회가 1859명으로 총학생 407명 보다 훨씬 더 많은 학우들이 회원으로 있었고 감사위원회는 불과 51명의 학우만이 회원으로 있었다. 7천 학우를 대표한다고 자부하는 우리의 오픈기구들은 중복 가입자가 없다는 가정 하에 평균 493명의 학우들을 상대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의 공약이 公約으로써 방학 동안에도 사업이 진행되었는지 아니면 空約에 지나지 않았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오픈기구 뿐만 아니라 각 단대 학생회의 홈페이지들도 사정은 별반 다름이 없었다. 방학동안 학생자치기구들은 ‘얼음’상태인 것이다.

 

시작된 방학, 끝난 관리

   방학이 시작되고 계절학기도 끝나면서 대부분의 학우들이 학교를 벗어나 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우들은 중원들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높아가는 취업의 벽에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이 늘었지만 우리 배움터의 도서관 열람실은 이번 방학을 12시까지로 제한했다. 당직근무를 하시는 직원분에 따라 운영에 차이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12시에 열람실을 닫는다. 이러한 안내에 학우들은 12시가 넘으면 자의든 타의든 공부를 중단 할 수밖에 없었다. ‘지적욕구와 학문적 진지함이 충만한 대학!’이라는 오명 총장의 비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도서관이 과잉관리 속에 있었다면 다른 시설들은 어떨까?

   매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해온 화장실 공사의 결과 장애인용 화장실이 생겨났지만 사회과학대학 1층을 제외한 모든 장애인용 화장실에 청소도구가 방치되어있고 각종 청소 소모품들이 보관되는 장소로 사용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면대에는 염산이 포함된 소독약이 올려져있기도 했고 상당수의 화장실에는 비누나 휴지 등 소모품이 소진되어 있었다. 공동연구동 4, 5층의 남자화장실은 아예 잠겨있었다.

   디자인조형대학의 지하에는 소방법에 의거 충전일자 기준 5년 이내 재충전 혹은 교체해야하는 소화기는 관리기한을 넘기고 먼지 속에 방치되어 있었고, 의료생명대학의 지하에는 감염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자재들이 복도에 적재되어 있다. 그 박스에는 “보관창고에 보관할 것, 여기에 놓지 마시오. 불법”이라는 글이 매직으로 써져 있었지만 박스 위를 쓸어보니 먼지가 뭍어나는 것으로 보아 상당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공부하는 학우들과 몸이 불편한 학우를 위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 학교, 모두의 안전을 위한 법조차 가볍게 여기는 학교의 행정 역시 ‘얼음’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년도 바야흐로 가을로 접어들며 유종의 미를 준비해야할 시점이 오고 있다. 방학동안 다소 미진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2라운드를 준비하는 2학기 개강을 앞둔 지금시점에서 지난 겨울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학교를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건국대학교 학보사 2008년 9월자 기사로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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