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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해 줄께.
아무 오래 전에 한 소년이 있었어.
그 소년은 마음이 따듯했고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었어.
여리고 순수했지. 그래서인지 이타심도 넘치는 아이였어.
그 소년은 한 소녀를 만났어.
비오는 날 저녁 아무도 없는 공원에 혼자 비에 젖어 떨고 있는 어린 강아지같은 소녀에게
소년은 연민을 느꼈나봐
소년은 손을 내밀었고 소녀는 그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어.
소년의 보살핌이 위선이라 느꼈는지, 떠날꺼라는 불안감이였는지.
소녀는 이내 그 손을 놔버렸어.
소년은 안타까움 때문이였는지 이미 번저버린 사랑 때문이였는지 그 사랑을 놓지 못했어.
어쩌면 집착이였는지도 모를 일이였지만..
홀로 남겨진 소년은 자신을 버릴 정도로 소녀를 위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달라 질 것은 없었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상처를 받고 또 다른 상처를 준 후에
소년의 마음도 변해갔어.
타인을 위하던 따듯했던 마음도 천천히 식어갔고, 여렸던 마음도 딱딱하게 굳어갔어.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도 부끄럽지도 아쉽지도 않을 정도로 무덤덤해질 만큼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은 이미 지난 시간 속에만 살고 있는 사람이 되버린거야.
이제 소년에게 그의 삶에서 그토록이나 소중했던 소녀 역시 지난 시간속에서만 살고 있는 화석같은 추억이 되었을 뿐이지.
지금 청년이 되어버린 소년에게 여전히 소녀인 그녀가 다가왔어.
"아직도 나만을 사랑하며 살 수 있겠니?"
"......."
말이 없는 청년을 앞에두고 소녀는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로도 청년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어.
소녀는 여전히 처음 만났던 그 모습, 비에젖은 강아지 처럼 힘없이 청년의 옆을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게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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