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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론] 사교육이 줄지않는 이유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가 우열반 편성 등 나름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그것이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영어 몰입교육 방안을 내놓자 영어학원 인기가 치솟은 해프닝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공교육을 강화할수록 사교육은 더 번성한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이 같은 역설적인 현상은 어디서 기인할까.

대학입시는 정해진 인원 안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는 상대평가다. 이 같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대 점수와 상관없이 잠재적인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즉 자신의 절대적인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들과 비교한 자신의 위치가 어느 곳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학입시에서 위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사교육은 가장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사교육을 통해 실력을 기르고 고급 정보까지 얻는다면 위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붙는다. `남들보다 더 좋은` 교육이란 단서가 그것이다. 만일 모든 학생이 동일한 사교육을 받는다면 사교육은 존재 의의를 잃는다. 공평하게 부여되는 공교육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사교육이 그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우월해야 한다. 누군가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남들보다 우월해야 가치를 지니는 재화를 두고 경제학은 `위치재`라 부른다. 위치재의 또 다른 예로는 보석 자동차 등이 있다.

위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어설픈 공교육 강화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의 강화를 낳는다. 강화된 공교육 체제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그보다 강한 사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 시작 시기가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내려오자 사교육 시작 시기가 초등학교에서 영ㆍ유아로 내려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사교육 근절은 서로 위치를 비교하게 만드는 구조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조 변경 없는 수단의 조절은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쟁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쟁이 있어야 미래 인적자원의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자들의 고민은 오늘도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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