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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전공은 아니지만 예~~전에 일부나마 책을 읽은 적이 있고
생각보다 아시는 분들이 적은듯 해서 적어봅니다.
혹시나 전공자이신 분들이면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실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2.
꼭 지금같은 상황에서만의 생기는 일 아닙니다만,
과거에 생긴 어떤 일이나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해서
-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음모론이 나오고
- 거기에 대해 그럴듯 하다고 느끼면서 그게 사실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것을 종종 봅니다.
생각나는 예로 달착륙한적없다..등등이 있군요.

이런 저런 음모론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확률판단(probability judgment)과
추론능력(intuitive reasoning)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오류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시나리오가 제공되면 될수록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주된' 판단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그 일이 더 그럴듯 하다고 '느껴지게' 된다는 겁니다.


3. 심리학 실험
예로 1982년에 이루어진 심리학 실험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실험대상자들에게 미래인 1983년에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 즉 '얼마나 그럴듯 한가'을 예측해보라는 것입니다.

(1) 1983년에 북미 어딘가에서 거대한 홍수가 일어나서 1000명이상이 익사한다
(2) 1983년에 캘리포니아에 지진이 일어나서 그 여파로 거대한 홍수가 일어나 1000명이 상이 익사한다

결과는
(2)가 일어날 확률이 (1)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라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을 이용한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옵니다.

(1)을 일어난 과거의 사건/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
(2)를 음모론의 단순한 형태로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2)는 (1)에는 없는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시나리오'를 추가로 제공하니까요.
즉 '음모론'이 단순한 사실의 나열보다 더 설득력 있게 여겨진다고 볼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설득력 있다는 '느낌'이 사실이나 진리와는 전혀 반대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겁니다.
통계학의 기초를 배우신 분이고 그걸 곰곰히 생각해보시면
언제나 (1)이 일어날 확률이 (2)보다 높다는걸 아실겁니다.
통계학의 기본적인 원칙에 따르면 말입니다.


4. 문제점 (조금 복잡하니 관심이 없으시면 이 부분은 건너 뛰셔도 됩니다)
사건 (event)을 다음과 같이 정의를 하면
A: 1983년에 북미어딘가에서 거대한 홍수가 일어나서 1000명이 익사하는 사건
B: 1983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사건

(1)문항이 일어날 확률은 Pr(A)
(2)문항이 일어날 확률은 Pr(AB)   [AB는 A와 B가 같이 일어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로 표시할수 있습니다.

이 경우 A와 B가 동시에 일어나기는 A만 일어나는 경우보다 확률이 낮을수 밖에 없습니다.
왜나하면 A라는 사건이 AB라는 사건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A는
- A가 일어나고 B가 일어나는 경우 (AB로 이경우가 시나리오 (2)에 해당합니다)
- A가 일어나고 B는 일어나지 않는 경우
두가지로 구성되었다는걸 생각해보시면 아실겁니다.

따라서 통계학의 axiom상 다음이 언제나 참이 됩니다.
Pr(AB) <= Pr(A)
즉 A와 B가 같이 일어날 확률 (2) 보다 A가 일어날 확률 (1)보다 절대로 클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꾸준히 범한다는 겁니다.


5.
일이 일어났음직한/일어남직한 판단하는데 있어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만드는것이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 상상력을 자극하고
- 일어남직한 일을 생각해볼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런 시나리오나 가정을 판단의 '주된' 도구로 삼는 경우에는 위에서 보인것 처럼
체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한다는 겁니다.


6.
즉 한마디로 줄여보자면 (그리고 일반화하자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이런 결과가 나올것이다/나왔다 라고 시나리오를 늘어놓으면 놓을수록
그 말이 점점 설득력있게 여겨진다" 라는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음모론을 접할때마다 그냥 그래그래 읽을수록 그럴듯한걸? 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마시고,
- 구구절절 가상의 (상상의) 시나리오을 제공할수록 신빙성 있게 '여겨진다는' 인간의 추론능력의 한계를 상기하시고
- '그럴듯하다는 느낌'이 절대로 그 대상의 진위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걸 아시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7.
위의 심리학 실험은
Heuristics and Biases: The Psychology of Intuitive Judgment
Edited by Thomas Gilovich, Dale Griffin and Daniel Kahneman
중 39p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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