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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부근>
1988년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은 내년에 개관 20주년을 맞는다.
예술의 전당은 국내 공연계가 세계와 만나는 창구였다. 세계 정상급의 공연단체가 이곳을 찾았고, 여기서 기량을 키운 한국의 예술가들이 해외무대로 진출햇다.
5개 공연장에 객석 수만 6300여 석. 한국 최대의 아트센터인 이곳에는 주말이면 공연 관람객뿐 아니라 음악분수와 산책 등을 즐기기 위해 수만 명이 들른다.》
○ ‘예술의 전당’의 역사를 지켜본 집=‘서초갈비’(582-2988)와 ‘백년옥’(523-8418)은 예술의 전당이 생길 때부터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다. 서초갈비는 초창기에 ‘서초갈비 앞 예술의 전당’이라는 소개가 있을 정도로 양념 갈비가 유명하다. 백년옥은 각종 두부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 배우 뒤풀이 집으로 유명한 곳=‘숙자네’(598-5089)는 부대찌개와 계란탕이 주요 메뉴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좌석 어디선가 공연 팀을 만날 수 있다. 벽에 어지럽게 붙어 있는 공연 포스터와 배우들의 사인을 통해 공연계의 흐름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차돌집’(587-9871)은 삼겹살과 콩나물해장국으로 유명한데 연극 극단에서 자주 찾는다.
○ 무용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차돌집은 국립발레단의 단골 회식 장소이기도 하다. 회식이라고 해봐야 발레리노는 2인분, 발레리나는 1인분에 그친다는 게 발레단 홍보팀의 설명이다. ‘누들스’(525-3885)와 ‘오리와 참게’(597-0767)도 주요 회식 장소. 누들스는 쌀국수를 비롯한 아시아 퓨전 요리를 내놓는다. ‘오리…’는 찹쌀, 해바라기 씨, 잣, 대추 등을 넣은 오리를 향긋하게 구워낸다.
○ 김주원을 만나고 싶다=김주원은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국립발레단의 주역. 예술의 전당 안에 있는 카페 ‘모차르트’(580-1853)와 샌드위치, 와플이 맛있는 ‘하루에’(525-7750)를 자주 간다. 김주원은 “체중관리 때문에 주로 양이 적은 메뉴를 주문한다”며 “특히 모차르트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고 말했다.
○ 모임하기 좋은 곳=‘왈츠’(598-2375)는 클래식 음악에 어울리는 호젓한 분위기가 좋다. 음악가와 무용수들이 많이 찾는다. ‘더 바 도포’(583-5831)는 계절에 따라 내놓는 샌드위치가 일품이다. 긴 테이블이 있어 여러 명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곳=‘라 칼라스’(521-3325)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이름을 딴 이탈리아 식 레스토랑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가 공연을 본 뒤 찾을 만한 곳이다. ‘듀파르’(3474-3006)는 1층은 카페, 지하는 프랑스식 레스토랑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분위기는 괜찮은 곳이다.
<역삼동 LG아트센터 주변>
올해 개관 7년째인 LG아트센터는 이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랜드마크가 됐다. ‘오페라의 유령’ ‘미녀와 야수’ 등 대형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면서 ‘예술의 전당’과는 차별화된 강남권의 공연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는 자체 공연 외에 다른 공연장의 팸플릿도 로비에 비치한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3층 로비를 개방해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공연장 주변에는 유명 맛집이나 카페가 적은 편이다. 문화마케팅기업 ㈜엔스토리의 뮤지컬 마케터 김환철 팀장은 “대형 뮤지컬 공연팀도 주로 인근의 삼겹살 집에서 식사를 한다”며 “조금 격식을 갖춰야 한다면 GS타워의 아모리스 홀이나 스타타워의 지하식당가로 간다”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 지하 1층의 푸드 코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임대료가 매우 비싼 지역 특성상 고가의 한정식이나 일식 전문점이 다수를 차지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맷돌 할매 숨두부 두부촌’(555-7465)은 두부 전문점으로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그나마 자주 가는 곳이다. 제주음식 전문점인 ‘오분작뚝배기’(523-9897)도 가볼 만하다.
LG아트센터 건너편에는 1978년 문을 연 삼성식당(557-0997)이 있다.
“개점 당시 테헤란로는 흙길에 잡초와 메뚜기, 모기가 너무 많아서 장사하기 힘들었습니다. 지역 개발이 한창일 때는 공사장 인부들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일도 많았지요. 지금은 회사원 손님이 대부분이라 분위기가 깔끔합니다.” 삼성식당 사장의 말이다.
LG아트센터에서 충현교회로 가는 길목에 있는 ‘JO스낵하우스’(557-8291)도 입소문을 타고 많은 손님이 찾는다. 베이컨델리볶음밥, 카레볶음밥 등 차별화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데 녹색 빨간색 테이블과 의자 등 원색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LG아트센터 측이 외국인 공연자를 안내하는 곳은 차병원 사거리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발견할 수 있는 ‘조이의 집’(555-8926). 낮 시간에는 커피를 팔지만 오후 7시 이후에는 와인 전문점으로 탈바꿈한다. 안준범 사장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와인 컨설턴트 자격증을 딴 프로로 손님들에게 해당 와인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수원 복수동 ‘연포갈비’>
2대 수원양념갈비 축제 회장을 지낸 봉순근(60)씨가 5년째 운영 하는 연포갈비집은 옛 목욕탕을 통나무집으로 리모델링해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통나무 1층과 2층집 구조로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수원성 북쪽 수문인 화홍문 옆에 자리잡고 있다. 화성주변의 대형 본격 갈비집으로 유일하고 지리적인 이점으로 일본과 미국의 여행 가이드 책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다. 전국의 3 대 우시장이 있던 수원의 지리적 여건 등으로 수원양념갈비는 일본과 외국에서도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매년 가을 화성문화제축제 기간동안 25개 업체가 참여해 개최되 는 수원양념갈비축제와 2002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수원갈비의 명성이 높아졌다.
연포갈비는 품질좋은 고기와 천연양념을 고집하며 손님을 맞는다.서울시내 일부 갈비집들이 양념갈비에 간장을 쓰는 반면 연포갈비는 정제된 꽃소금과 갖은 천연양념으로 숙성시킨다. 고기빛도 빨간색을 그대로 유지해 식욕을 돋운다. 갈비 재료를 엄선해 구입하는데다 정갈한 맛을 내기 위해 수원갈비의 전통적인 비법을
고수하며 계절과 요일별로 반찬을 바꿔 단골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화성의 야경을 감상하며 간접 숯불로 은근히 구워내는 맛을 즐길 수 있어 주말이면 일본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왕생갈비는 1인분에 2만9000원, 양념갈비는 2만8000원이고 함흥 냉면도 맛있다.
봉씨와 5년째 일하고 있는 천용건(44) 주방장은 “수원의 명품인 갈비는 무엇보다 재료와 믿을 수 있는 천연양념 숙성기술에서 타지역과 차별된다”고 귀띔한다. 이곳은 또한 갈비를 찬물에 담가 피를 충분히 뺀 뒤 끓여내는 갈비탕이 점심한정 메뉴로 담백 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동충하초와 10가지의 약초로우려낸 수원의 명주 ‘불휘’와 갈비를 곁들이면 일품이다.
식사후 화홍문 주변의 봉화를 올리던 봉돈과 방화수류정에 이어 수원천변을 산책하고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봉씨는 “수원갈비의 명성으로 이제 수원하면 갈비라는 말이 나 올 정도”라며 “수원갈비의 명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안정적인 재료 공급선 확보가 급선무”라 고 말했다.
<산자락에 숨어 있는 분위기 좋은 맛집>
산자락에 숨어있는 분위기 좋은 맛집 |
붉게 물든 단풍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운치 있는 자연을 즐기고 싶지만 멀리 떠날 수 없다면, 도심 속 산자락에 자리잡은 맛집을 찾아보자.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아차산부터 번화가 사이의 남산, 그리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평창동과 삼청동까지 분위기는 물론 맛도 좋은 최고의 맛집을 찾았다. Part 1. 강변 풍경까지 즐길 수 있는 아차산 스페인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 스텐자 탁 트인 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변과 뒤편에 위치한 아차산, 그리고 맛깔스런 음식을 자랑하는 일석삼조의 매력을 자랑하는 스텐자. 격자무늬타일의 바닥과 붉은 계열의 인테리어 자재등으로 스페인 가정 인테리어를 그대로 재현하여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져 나온다. 단골 손님들은 사장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매콤한 간장 소스에 야채, 홍합, 오징어, 새우등 갖은 재료가 들어간 매콤 해물 볶음밥을 많이 찾는다고. 식사 후에 무료로 커피와 00와 같은 후식까지 제공된다니 알뜰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 메뉴 카보나라 스파게티 1만6천원, 해물 볶음밥 1만3천원, 타이티식 해물 볶음밥 1만5천원 위치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한강호텔 후문 근처 영업시간 오전 11시~ 다음날 오전 3시 문의 452-4455 1 스페인풍으로 꾸민 스텐자 내부. 2 매콤하고 산뜻한 맛이 나는 해물 볶음밥. 3 창 넘어 보이는 파란 한강변 풍경이 장관이다. 아름다운 야경의 매력을 즐긴다 괴르츠 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야경이 아름다워 초겨울 밤 로맨틱한 분위기가 저절로 연출된다. 떨어지는 낙엽과 한강의 불빛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유럽의 클래식한 앤티크 가구들과 샹들리에 조명이 고급스런 공간을 연출한다. 식사보다는 멋진 분위기에서 홍차나 커피, 칵테일, 와인 등을 가볍게 즐기려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 이라고 한다. 저녁 시간에는 검은 딸기와 과일 향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매력적인 향을 낼 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다는 칠레산 카르멘 와인과 곁들인 고소한 치즈와 햄을 많이 찾는다. ![]() 메뉴 햄과 치즈 3만원, 와인 1잔 1만원, 낙지 볶음밥 1만3천원 위치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한강 웨딩홀 후문 방향 리버힐 빌딩 1층 영업시간 오후 12시~9시 30분 문의 447-4360 1 검은 딸기와 과일 향이 달콤한 맛을 내는 칠레산 와인과 안주 치즈와 햄. 2 모던함이 살아있는 괴르츠 바 내부 . Part 2. 도심 한가운데에서 여유를 찾아주는 남산 남산에서 즐기는 스위스 퐁듀 촛불 1978 남산의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아래에 위치해 남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1978년 오픈 해 20여 년 동안 연인을 위한 카페의 컨셉을 고수하고 있다. 100평의 넓은 공간을 자랑하지만 테이블은 단 26개가뿐. 오붓한 시간을 갖는 연인을 위해 테이블 사이마다 나무 또는 벽돌로 칸막이가 연인의 다정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인들이 즐겨 먹는 메뉴는 치즈에 와인을 넣어 특유의 느끼한 맛을 줄인 스위스 치즈 퐁듀 요리. 보글보글 끓인 뜨거운 치즈에 빵을 즉석에서 담가 먹는 재미가 있어 연인들이 무척이나 좋아 한다고. ![]() 메뉴 치즈 안심스테이크 2만7천원, 바게트 치즈 퐁듀 2만7천원, 해산물 크림스파게티 8천원 위치 남산 케이블카 정류장 50m 아래 영업시간 오전11시 30분~오후 11시 30분 문의 755-1777 1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맨틱한 카페인 촛불. 2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스위스 치즈와 고소한 바게트가 만난 퐁듀. 3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는 작은 분수 젊은 셰프들이 전하는 유럽의 맛 예환 남산자락에 위치한 예환은 감각적인 젊은 셰프들이 유럽풍의 요리를 선보인다. 앤티크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의 실내 분위기와 작지만 운치 있는 야외 테라스를 마련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셰프가 추천하는 별미는 브라운 망고 소스가 곁들여진 안심구이 스테이크와 새콤한 토마토소스가 곁들여진 도미 요리. 이밖에 샐러드와 파스타도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유럽의 레스토랑처럼 오후 3시부터~오후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시간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 ![]() 메뉴 도미요리 2만8천원, 오징어 그린샐러드1만3천원, 라임 칠리소스의 닭가슴살구이 2만2천원 위치 하얏트호텔에서 반포로 방향 300m 아래 영업시간 오후 12시~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9시 30분, (일요일 휴무) 문의 798-4752 1 남산자락에 위치한 유럽풍의 레스토랑, 예환. 2 토마토소스가 곁들여진 도미 요리는 가을철 별미. 3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예환 내부. 옛 장군의 집을 개조하여 만든 풀 향기 풀향기 서울에서 보기 힘든 항아리, 달맞이꽃, 원두막의 소품들이 가득한 시골집 같은 분위기의 풀향기. 옛 장군의 집을 개조해 만들어 장군이 쓰던 집안의 소품의 장식들이 눈에 띈다. 손님들이 즐겨 찾는 코스 요리는 풀향기 B코스. 탕평채, 구절판, 삼색전, 육회, 쇠고기 찹쌀 전, 신선로 등 자주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궁중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 번 옻칠을 해 귀하다는 남원 칠기그릇에 담아내 그 맛이 더욱 특별하다.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 때문에 상견례와 중요 모임 장소로도 많이 쓰여 진다. ![]() 메뉴 풀향기 A코스 3만9천원, 풀향기 S코스 15만원 위치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외교통상부 옆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문의 796-3490 1 임금님 수랏상이 부럽지 않은 풀향기 B코스 궁중 요리. 2 넓은 실내 공간은 상견례와 각종 모임 장소로 인기. 3 전원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풀향기. Part 3.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삼청동 고풍스런 기와집과 아담한 뜰의 조화 콰이민스 이색적인 기와집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 자주 찾는다는 콰이민스. 삼청동 공원 바로 아래 기와집의 고풍스러움 멋과 아담한 뜰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삼청동 산책을 나선 연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 장소로 정평이 나 있다. 따뜻한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시원한 민트 향의 모로칸 민트 티나 거품 위에 코코아 가루로 예쁘게 그림을 그린 카푸치노가 대표 음료. 바나나와 오렌지, 키위와 같은 생과일과 얼음을 믹서에 갈아서 만든 생과일 주스는 피부 미용에 좋아 여성들에게 권하는 메뉴. ![]() 메뉴 생과일주스 7천원, 카푸치노 7천원, 모로칸 민트 7천원 위치 삼청동 금융연수원 위 150m 영업시간 오후 12시~오전 1시 문의 736-7320 1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아늑한 느낌의 내부. 2 입안 가득 시원한 느낌을 선사하는 모르칸 민트티. 3 옛 정취가 느껴지는 기와집과 아담한 뜰은 이곳의 매력.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즐기는 중식 쿠얼라이 진한 핑크빛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 쿠얼라이는 중식 레스토랑이지만 오리엔탈풍의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유럽풍으로 꾸민 아담한 실내는 마치 카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외국 화랑에서 본 듯 한 그림이 특히 시선을 끈다. 이곳의 별미 메뉴는 바삭하고 고소함이 살아있는 닭튀김과 달콤한 데리야키 소스, 청량 고추로 매콤한 맛을 낸 유린기가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 주중에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저녁시간 전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다. ![]() 메뉴 유린기 1만8천원, 해물 누룽지탕 2만5천원, 삼선 자장면 5천원 위치 삼청동 금융 연수원 아래 50m 영업시간 주중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30분, 오후 5시 30분~오후 10시(주말 오전 11시~오후 11시) 문의 720-3368 1 감각적인 핑크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해 더욱 눈길을 끈다. 2 닭튀김, 데리야키 소스, 청량고추가 어우러진 유린기. 3 유럽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중식 레스토랑, 쿠얼라이. 건강을 생각하는 자연주의 레스토랑 COOK’ n Heim 자연주의만을 고집하는 오리지널 라이프 식단을 즐길 수 있는 곳. 손수 만든 쿡앤 하임 수제 버거와 햄버거 스테이크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파인애플을 곁들인 상큼한 맛의 햄버거 스테이크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 인기 메뉴이다. 기와집을 개조해 만든 쿡 앤 하임은 고전미와 현대미가 조화를 이뤄 눈이 즐겁다. 레스토랑의 중간에 예쁜 정원이 있어 초록의 자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피프틴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 메뉴 버섯 닭안심 파스타 1만6천원, 햄버거 스테이크 2만1천원, 카페 모카 6천원 위치 삼청동 수제비 200m 아래 영업시간 오후 12시~ 오후 10시 문의 733-1109 1 자연과 동화 되어 있는 쿡 앤 하임 내부. 2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 3 파인애플의 상큼함과 햄버거 스테이크의 맛의 조화 Part 4. 이국적인 맛이 숨겨진 평창동 자연의 쉼터에서 즐기는 이탈리안 푸드 swiss 일상에서 벗어난 조용한 곳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스위스. 북한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있어 주변의 절경이 특히 빼어나다. 아늑한 실내 분위기는 노곤했던 마음을 풀어주기에 제격. 10년을 공들여 만든 3층 정원은 나무와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 자연 속 쉼터로 손색이 없다. 치즈에 구운 돼지 등심의 담백함과 새콤한 맛의 토마토 스파게티가 만나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나는 폭피 카타는 이태리 음식으로 이태리 사람들이 즐겨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더욱 감칠맛 나는 요리를 즐길 수 있다. ![]() DATA 메뉴 폭피카타 1만 7천원, 홍합스파게티 1만2천원, 안심 스테이크 2만2천원 위치 평창동 올림피아호텔 우회전 50m 3층에 위치 영업시간 오전 10시~오전 12시 문의 394-5003 1 파란 하늘, 초록 정원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지상 낙원의 공간. 2 토마토 스파게티와 돼지 등심이 찰떡궁합을 이루는 폭피카타. 3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다시 찾게 되는 스위스. 스위스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cafe motte 산에 오르지 않아도 3층의 노천카페에 앉아 북한산 절경을 한눈에 내다 볼 수 있다. 한국의 스위스라고 부르는 이곳은 각종 CF, 영화, 인터뷰 촬영 예약 장소로 손꼽힌다. 클래식 풍의 우아한 실내 분위기와 야외 조각공원을 연상하게 하는 노천카페는 스위스의 이국적인 정취를 닮아 있다. 계절의 정취를 음미할 수 있는 탁 트인 노천카페는 유쾌함이 넘치는 공간으로, 이곳에 앉아 알록달록 물든 낙엽이 떨어지는 산자락을 보며 마르샬라 와인 소스와 어우러진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먹어보자. 알맞게 익은 육질의 부드러움과 소스의 새콤함이 조화를 이뤄 황홀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 DATA 메뉴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3만5천원, 그릴새우구이와 칠리소스 볶음밥 1만9천원 위치 가나아트센터 옆 영업시간 오전 11시~오전 12시 문의 379 6500 1 클래식풍의 인테리어와 유명 화가의 그림이 전시 되어 있는 카페 내부. 2 부드러운 육질이 살아 있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3 스위스를 연상하게 하는 조각이 있는 노천카페. 사계절 풍경이 더욱 멋진 곳 Monet 테라스에 큰 소나무와 아기자기한 나무를 심어놓아 사계절 내내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꽉 막힌 공간이 주는 답답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테라스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세미클래식 풍으로 꾸며진 내부는 아늑하고 편안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내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계절에 상관없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호박 카레로, 호박의 달콤함과 모네만의 비밀 카레가루가 절묘하게 만나 최고의 맛을 연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테라스에 앉아 연인과 함께 와인 한잔까지 곁들이면 좋을 듯. ![]() 메뉴 단호박 카레라이스 9천원, 새우 마늘 크림스파게티 1만4천원, 카푸치노 6천원 위치 가나아트센터 앞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1시 문의 395-6030 1 집에 온 듯 편안함을 주는 내부. 2 별미중의 별미, 단호박 카레. 3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기에 딱 좋은 테라스. 4 새우의 고소함과 마늘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새우 마늘 크림 스파게티. |
<청담동 맛집 즐기기>
<청담동 ‘맛집’ 즐기기>‘퓨전진미로 요기하고 골목 돌아 와인카페로 혼자가면 섭하지~ |
호화 레스토랑과 카페가 하루에도 수십개씩 솟아났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곳,음식맛보다는 주눅들게 만드는 인테리어와 손 떨리는 가격에 더 욱 놀라는 곳,국산차 타고 가기가 어쩐지 꺼려지는 곳,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곳.‘대한민국 트렌드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淸潭洞)에 대한 일반인들의단상들이다. 동네 이름만큼 ‘물좋기’로 유명하지만 한번 마음 먹고 찾아가도 골목마다숨어있는 집들을 찾아내기란 수월치 않다. 청담동에 가면 어디 가서 무엇을 하고,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는지. 청담동 100배 즐기기 가이드를 꾸며봤다. ●음식점 청담동에는 유난히 ‘정통’보다는 ‘퓨전’을 표방하는 음식점 이 많다. 인테리어로 봐서는 ‘주종목’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고급 레스토랑같은 한정식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영어와 한 국어를 섞어 말하는 광경이 흔해빠진 곳이기도 하다. 중국식 퓨전 레스토랑 ‘이닝(Yi ning)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곳. 철마다 40여가지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연예인들의 발길도 잦은 편이다. 역시 중국식 퓨 전 음식점인 ‘빠진’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이 나름 대로의 특징을 갖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빠진’은 몸에 유용한 8가지 성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옛날 시네하우스자리에 자리잡은 ‘미스터 차우(위쪽)’, ‘마리’ 등도 중국식 퓨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탈리아 시골풍 음식을 선보이는 ‘안나비니’, 고전적 분위기 의 정통 이탈리아식 ‘베네디지오네’, 다양한 피자로 유명한 ‘라볼파이야’, 프랑스요리와 아시아 요리를 결합한 ‘시안’, 일식과 서양요리 조화를 자랑하는 ‘와사비비스트로’ 등이 청담동 미식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식집으로는 ‘이리오너라’, 배용준 단골집으로 알려져 일본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는 ‘청담동 뒷골목’, ‘청담골’ 등이 유명하다. ●카페 청담동에는 1만원대 음료에 ‘꼬박 꼬박’ 부가세까지 붙는 카페도 즐비하다. 웰빙을 표방하며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잡은 ‘느리게 걷기’와 인근 ‘모우(오른쪽)’는 데이트할 때 가볼만한 곳 으로 손꼽힌다. 전통차와 전통 간식을 맛볼 수 있는 ‘다화’, 홍차와 세계의 유명 차를 음미해 볼 수 있는 ‘르 살 드 마티네 ’ 등이 차 전문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74’,‘화수목’ 과 함께 청담동 커피 전문점의 역사라는 ‘커피미학’, ‘고센’도 한번쯤 들려 볼 만한 곳으로 추천된다. ●나이트라이프 든든한 식사에 차까지 마셨으면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잔. 청담동에서는 와인바와 변형된 ‘일본식 주점’들이 강세다. 나이트보 다는 노래방이나 속칭 ‘가라오케’에서 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청담동 문화라면 문화. 혹자는 이런 현상이 연예인을 비롯, 얼굴이 알려진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강남에서 과일소주가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안’, ‘So안’ 등 이 주당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원스 인 어 블루문’, ‘야누 스’가 재즈바로 유명하고, 와인바로는 ‘따스따뱅’ ‘트라이베카’ ‘랑부이에’ ‘WR’의 평판이 좋은 편이다. 한때 무서울정도로 번지던 대형포장마차도 예전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성업중. 학동 사거리 청담동 대형포차의 원조격인‘하자 ’가 황혼에서 새벽까지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꾼’, ‘빤짝이 포장마차’ 등 실내포장마차도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호텔식 서비스와 최첨단 시설로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청담 동식 호화 노래방도 눈길을 끈다. ‘누(Nu)’, ‘심포니’, ‘지(G)노래방’, ‘한’, ‘툴펍’, ‘벨아미’ 등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청담동식 노래방에서 한곡조 뽑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밤문화의 하이라이트인 나이트로는 청담동 엘루이 호텔 나이트인 ‘줄리아나’, 청담동은 아니지만 도산대로 연장선상에 있어 ‘범청담권’에 속하는 ‘보스677’ 등이 이 일대에서 ‘물좋기’ 로 정평이 나 있다. |
<탑골 부근>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 |
공로상의 주인공은 한복희라는 이로 탑골이라는 카페의 주인이었다. 카페 탑골은 이름 그대로 탑골공원 뒤편 골목에 자리해 있었는데,1980년대부터 주로 문인들을 위시한 예술인들이 마치 제집 안방처럼 무람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탑골을 드나들던 문인들로는 위로는 시인 신경림·민영·김지하, 작가 황석영을 비롯해서 시인 이시영, 작가 박범신·김성동이며 나를 거쳐 아래로는 시인 강형철·이영진·박철·김사인, 작가 김영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작가회의에 적을 둔 문인들로서는 한두 번 이곳을 드나들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술집 주인에 공로상… 한가닥 미안한 마음 달래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작가회의가 굳이 탑골 주인에게 공로상까지 마련한 것은 아닐 터이다. 지금에 와서도 1980년대의 탑골시절을 돌이키면, 저 암흑 같은 시절을 과연 탑골이 없이 제대로 견딜 수 있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이를테면 탑골이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는 문인들에게는 참으로 제집 안방처럼 아무 때나 무람없이 찾아들어 술이며 안주로 배를 채우고, 더 나아가 지친 몸을 기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1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문인들이 한낱 술집 주인에 불과한 한복희씨에게 기꺼이 공로상을 주기로 한 데에는, 너나없이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가닥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문인들이 얼마든지 외상으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게다가 술청의 아무데나 쓰러지는 식으로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탑골 말고는 달리 없었으리라. 탑골이 문을 닫은 후에, 오죽하면 문인들 때문에 결국 탑골이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1980년대의 탑골 풍경에 대해서는 시인 이시영이 ‘김사인의 흰고무신’이라는 산문시에서 다분히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날 밤은 모든 것이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폭우 속을 뚫고 김사인이가 왔었고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새로 막 시작된 술자리가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천둥소리 속에 밖에서 누가 희미하게 나무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설연이가 귀를 쭝긋 세우고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송기원과 나의 처가 거센 빗줄기 속에서 기세등등 들이닥치고 있었다.“복희년 나오라고 그래!” 바로 그때였다.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사인이가 갑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내빼는데 흰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씨가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걷어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1980년대라면 개인적으로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든 언저리의 나이이다. 그리고 이미 살아낸 삶은 물론이려니와 또한 앞으로 살아내야 할 적잖은 부피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비단 술에 취하지 않아도 거의 날마다 어쩐지 걸음이 비틀거리던 나이이다. 그렇듯 비틀거리는 걸음은 때로는 지극히 퇴폐적인 행태로, 때로는 황폐한 스캔들로 나타나 탑골 주변에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보면 그렇듯 퇴폐적이고 황폐한 나이에 내가 그나마 사람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탑골 덕분이었다. 나의 사람냄새 속에는 분명히 탑골의 따뜻하고 넉넉한 분위기와 주인되는 이의 너그러운 품성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골목 어느집이든 2000~3000원이면 한끼 해결 기이하게도 탑골공원 주변에는 카페 탑골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돈을 버는 장사라고 여기기에 앞서, 우선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앞서는 식당들이다. 탑골공원 담벼락을 끼고 돌아 낙원상가가 시작되는 어름에서 카페 탑골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유천식당(02-764-2835)은 아예 간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업합니다’ 하고 무슨 구호처럼 써놓았다. 식당에 들어가서 한 그릇에 2500원짜리 설렁탕이나 돼지머리국밥을 시켜보면 그 구호가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설렁탕이며 돼지머리국밥은 양도 양이지만 맛 또한 여느 5000원이나 6000원짜리 식당보다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 그릇으로 양이 부족한 이라면 시쳇말로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밥보다 술이 우선인 손님이라면 한 접시 수북이 쌓아올린 3000원짜리 돼지고기에 소주 한 병이나 막걸리 한 주전자면 충분하다. 이 유천식당이 탑골공원 뒷골목에 한 그릇에 1500원짜리 추어탕의 소문난추어탕집이나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의 황태식당이나 2000원짜리 선지해장국의 고향집 등을 있게 한 원조격이다. 유천식당의 주인되는 문용춘씨는 80이 가까운 나이인데, 여전히 정정한 몸으로 주방을 맡고 있다. 벌써 4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만으로 식당을 해온 그이는 평안남도 덕천에서 1·4후퇴때 월남한 피란민 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하도 배고프게 자라서 자신만이 아닌 남들까지 실컷 배불리 먹이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 소원이 자연스럽게 식당을 하게 했다. 일찍이 할아버지로부터 비롯하여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들까지 벌써 4대째 독실한 천도교 집안인 그이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 속에는 ‘사람이 하늘이다’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 들어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이로서는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한 그릇에 500원이었던 설렁탕 값이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2500원으로 오른 것이 못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이는 평생토록 집 한 채 마련해본 적이 없이 지금도 일산의 백석동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10년동안 가정식 백반 한상에 2500원 고수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쪽으로 20m쯤 걸어오면 길 건너편에 낙원장모텔과 세느장모텔 골목이 있다. 이 낙원장모텔 골목을 굽어돌면 수련집이니 찬미식당이니 남양식당이니 하는 난데없는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끝에 바로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이 있게 한 원조격인 부산집(02-744-2331)이 숨어 있다. 부산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집인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식백반에는 병어조림이며 조기조림에서부터 미역무침, 김, 콩나물, 갓김치, 배추김치 같은 반찬들이 수북수북 나오고 미역국에 고봉밥까지 곁들여 한 상을 이루는데, 이 푸짐한 한 상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집 또한 밥이며 반찬이 손님의 양에 따라 얼마든지 리필이 된다. 부산집에는 가정식백반 이외에도 3000원짜리 돼지갈비탕이 있는데, 만일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함께 허한 이라면 마땅히 돼지갈비탕을 권하고 싶다. 돼지갈비탕도 반찬은 가정식백반으로 나오는데, 주인의 인정이 함께 전해 와서 허한 마음이 저절로 채워질 터이다. ●국수보다 해물이 더 많이 들어간 칼국수 얼핏 주방을 올려다보면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에 떠억 하니 자리잡은 주방 한 가운데에서 주인되는 이영자씨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뭐 좀 더 드려?” 환갑 언저리에 이른 그이의 넉넉한 자태와 반말 비슷한 말투가 어쩐지 마음 한 쪽에 따뜻하게 스며오는 것을 느끼며 수저를 들면, 자칫 목이라도 멜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그이는 10년 전에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을 차린 후에 단 한번도 값을 올린 적이 없이 그대로 지켜내고 있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모르기는 해도 단골손님들의 이제 그만 밥값을 올리라는 주문은 한마디로 내칠 것이다.“올려서 뭐하게?” 역시 지하철 5호선의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앞으로 오면 건너편에 희망상회가 있는데, 바로 그 골목에 찬양집(02-743-1384)이라는 칼국수집이 있다. 찬양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주인되는 김옥분씨는 환갑 언저리에 이른 고운 자태인데, 어쩌다 반가운 단골손님이라도 오면 처녀같은 수줍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진한 표정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카페 탑골 시절부터 비롯하였으니 20년 가까운 단골이기도 한데, 나보다 오랜 단골손님들 중에는 800원부터 시작한 칼국수값이 지금 3500원으로 올랐다는 것에 대해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이가 없다. 오히려 칼국수 한 그릇에 국수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듯한 갖은 해물들을 대하다 보면, 이것을 정말로 3500원만 받아도 장사가 될까 하는 걱정을 앞세울 뿐이다. <작가> ■사랑의 칼국수 ‘찬양집’ 찬양집에 가면 1990년대 초에 내가 어느 일간지 칼럼에 썼던 이 집에 대한 기사가 그대로 스크랩되어 벽에 걸려있다. 이제 노랗게 빛이 바래 글씨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기사를 힐끔거리다 보면, 비틀거리던 40대 언저리의 내가 그대로 되살아오는 기분이기도 하다.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빠지는 한옥 뒷골목에 내가 잘 가는 칼국수집이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느라고 벽을 빙 둘러가며 송판을 붙여 탁자를 대신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까지 탁자를 마련하였다. 내가 이 칼국수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5년 남짓 되었다. 주로 몇 십년을 다니는 이 집의 단골들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어쩌면 단골이랄 수도 없을지 모른다.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병적인 감정 중의 하나로, 이따금씩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싫어서 못 견디는 순간이 있다. 한편으로는 어디 발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라도 정을 쏟고 싶은 마음 여린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칼국수집을 찾는다. 그리하여 칼국수가 마련되는 동안 주인아주머니가 밀가루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칼국수를 먹는다. 그렇게 칼국수를 먹으면서 이따금씩 한두 방울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언제 그렇듯 못견뎌 했냐 싶게 기분이 좋아져 있다. 스스로는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칼국수 만들기에 바쁜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터럭만큼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에 그렇듯 감동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선의(善意)이다. 자, 우선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 좀 보아라. 화학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멸치를 끓여 우려낸 국물에는 커다란 대합 한 마리에, 맛살조개에, 미더덕에, 미역에, 호박에, 감자에, 깻잎에, 김가루에… 이런 건더기들이 오히려 수제비보다 많을 지경이다. 그리고 2000원만 내면 양은 먹을 수 있는 한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다. 독실한 신앙인인 주인아주머니는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을까 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예수님이 나타나 바로 칼국수집을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나 같은 무신론자 비슷한 사람에게도 이런 경우 예수는 참 재미있는 분이다.’ |
<삼각지 로터리 부근>
삼각지로터리 일대 |
[서울신문]남산타워에 올라 남산 기슭에서부터 비롯하여 한강에 이르기까지 푸르게 치달려 내려가는 호로병 형태의 드넓은 녹지대를 바라다보면, 무심코 어어!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경관이 얼핏 사실로 믿기지 않아서이다. 서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녹지공간이 있다니! 울창한 숲과 잔디밭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서양식 가옥들이 들어선 이국적인 공원 같은 경관은 분명히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좀더 자세히 바라다보면, 시각적인 구도에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 녹지공간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도로며 건물들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 너무 쉽게 눈에 뜨인다. 남산 기슭을 입구로 하여 호로병 형상인 녹지공간을 빙 둘러싸고 있는 도로며 건물들은 어쩔 수 없이 초라하고 볼썽사납다. 가운데 있는 녹지공간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반대급부로 호로병 바깥 공간은 더욱 흉물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60·70년대식 후진 골목… 개발 바람도 잠잠 아름다운 녹지공간은 다름 아닌 미8군사령부다. 용산 동쪽의 대부분을 차지한 채 헬리콥터장이며 골프장까지 갖춘 미8군사령부의 녹지공간을 다치지 않기 위해, 잠수교나 동작대교 같이 한강을 건너 서울 중심부로 달리는 도로들은 왜곡되어 호로병 형상 바깥으로 빙 둘러간다. 어디 도로뿐이랴. 주변의 건물들마저도 군사상 고도제한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하게 되는 바람에 오래된 일본식 적산가옥 따위들만이 호로병 바깥에 무슨 부스럼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런 식이다 보니 삼각지 로터리 어름에 붙어 있는 국방부며 전쟁박물관도 어쩔 수 없이 미8군사령부의 그늘에 가린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전쟁박물관은 육군본부가 들어서 있던 자리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녹지공간 바깥의 호로병 지역에서도 가장 흉물스러운 곳은 삼각지 로터리 부근이었다. 역시 군사상 고도제한에 묶인 데다 주변의 한남동이나 이태원 등은 주로 미8군 소속의 미군들이 즐겨 찾는데 반해, 삼각지 로터리 부근만은 주로 우리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이 즐겨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며 건물 자체가 다른 곳보다 더 쇠락해진 것이다. 지하철 4호선의 삼각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단층짜리 우리은행 건물을 돌면, 바로 60,70년대식의 복고조 뒷골목이 나온다. 낡은 적산가옥 건물에 영빈관이라는 중국집이며 오래된 이발관이 있는 뒷골목의 어디에선가는 금방이라도 ‘친구’나 ‘효자동 이발사’ 시대의 주인공들이 뛰쳐나와 한판 싸움을 벌일 듯한 분위기인데, 여기가 바로 70년대 우리의 국민가수 배호가 낮고 흐느끼는 듯 특이한 음색으로 심금을 울린 ‘돌아가는 삼각지’의 본고향이다. 배호의 특이한 음색이 당장에 겨울바람을 타고 긴 꼬리처럼 귓바퀴에 맴돌 듯한 ‘돌아가는 삼각지’에만은 용산 일대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개발 바람도 아직 다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가 또한 주민등록식 지번으로는 용산구 한강로 1가에 속하는 이른바 속칭 ‘대구탕골목’이다. 한때 육군본부나 국방부에 근무하는 장교들이며 사병들이 한번쯤은 들르지 않은 이가 없고 그렇게 이곳에 들렀다가 전후방으로 전출해 간 장·사병들 사이에 그 맛을 연연해한 끝에, 삼각지의 대구탕 골목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민간인들보다 군인들 사이에서 먼저 유명해진 골목이기도 하다. 얼핏 둘러보아도 원대구탕, 자원대구탕, 세창대구탕, 참원조대구탕, 등의 간판들이 골목 안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대구탕 골목이라고 해서 딱히 대구탕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양곱창이며 차돌박이를 주로 하는 평양집이며 봉산집이 있고, 이겹살이며 모소리살 같은 돼기고기 특수부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삼각정이며 신가생태매운탕 같은 뛰어난 맛집들이 섞여 있다. 어떻게 보면, 고도제한이라는 불리한 지역적 특성이 오히려 서민적인 맛집들을 버려진 들판의 야생화처럼 아름답게 꽃피워낸 것인지도 모른다. ‘원대구탕’(02-717-8222)은 2001년에 작고한 손양원씨가 1979년에 이 골목에 처음으로 대구탕을 시작한 대구탕 골목의 원조격이다. 그러나 그이가 처음부터 이 골목에서 대구탕집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이는 원래 같은 골목에 있는 이발소 주인이었고, 부인인 김명희씨가 지금의 ‘자원대구탕’ 자리에서 보신탕집을 했는데, 워낙에 장사가 안 되니까 대구요리로 메뉴를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으로 대구요리 일색인 단순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싼 가격에 비해 양이 많으면서도 맛 또한 뛰어나서 주로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때문이었다. ●군데군데 양곱창·차돌박이 등 서민적인 맛집 손양원씨는 이발소마저 때려치우고 부인과 함께 식당일에 매달렸고, 가게는 날로 번성해갔다. 그러자 원래 중국집을 하던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게를 비울 것을 통고해왔다. 그리고 가게가 비자마자 바로 ‘자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대구탕을 시작했다. 이를테면 간판에 ‘자’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쓰고 ‘원’자를 크게 쓰는 식이었다. 그이가 낙담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바로 옆 가게가 전세로 나왔다. 그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조리 모아 전세를 얻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지금은 아들인 손석호씨가 원대구탕을 운영하고 있고, 딸인 손숙연씨는 금천구 시흥동에서 역시 같은 상호로 대구탕집을 운영하면서 2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 모두가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이 6000원씩인데, 대구탕이며 대구지리는 다 먹은 후 공기밥을 넣어 볶아먹을 수 있다. 지하철 삼각지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신아트와 원아트라는 그림재료를 파는 가게의 간판이 보인다. 그 사이로 겨우 리어카 한 대 지나다닐 만한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옛집’이라는 국수집을 찾을 수 있다. 탁자가 겨우 4개뿐인 서너 평의 좁고 허름한 공간이지만,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인할머니 되는 배혜자씨나 그이의 따님 되는 김진숙씨와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만다. 세상에 이렇게 순하고 착한 눈빛을 지닌 이들이 또 있으랴. 그런 느낌으로 온국수를 시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물과 함께 국수 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또 한번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세상에 이렇게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또 있으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고백하건대 취재를 갔다가 온국수 국물을 훌훌 마시면서, 나는 몇 번이고 까닭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말하기 좋게 선의(善意)의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선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선의의 음식을 맛본 적이 얼마만인가. 옛집의 두 모녀가 지닌 선의는, 음식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음식을 먹을 손님을 생각하고, 손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손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는 그런 선의이다. 나는 저녁이 늦어 이미 다른 집에서 식사를 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 번이고 눈시울을 뜨겁게 하면서 온국수 한 그릇에다가 김밥 한 줄까지 꾸역꾸역 다 먹어냈다. 만일에 조금이라도 남긴다면 자칫 벌이라도 받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손님의 입맛·주머니 사정부터 헤아려 원래 국수집을 하던 가게를 인수받아 배혜자씨가 1981년에 국수집을 하며 다시 24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단골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듯 맛깔스러운 국물 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면, 그이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비법은 무슨 비법이 있겄다요?있다면 손님을 생각하는 정성이제라우.” 큰 들통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고 4시간 동안 은은한 연탄불로 오래 끓여낸 다음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여 국물을 만들어 낸다.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연탄불에 끓여내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언젠가는 이제는 편하게 장사를 하라는 자녀들의 등쌀에 못 이겨 가스불로 바꾸었지만, 국물 맛이 나지 않아 당장에 다시 연탄불로 바꾸었다. 국물에 넣는 다데기는 해남에 사는 시누이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무공해로 기른 청양고추를 오래 곰삭혀서 재료로 사용한다. 이 집의 주메뉴인 온국수는 2000원이고, 비빔국수가 2500원, 칼국수가 3000원, 수제비가 3000원, 김밥이 1500원, 여름에만 하는 콩국수가 5000원이다. 손님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사리를 더 준다. 얼마 전에 한 가지 메뉴를 추가했다. 이른 아침에 오는 단골손님들이 아무리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는다지만 김밥을 먹는 것이 가슴 아파서,2000원짜리 우거지국을 팔게 된 것이다. 단 우거지국은 아침 9시까지만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시내에서 4식구의 일가족이 외식을 할 수 있는 식당 3곳을 뽑는데, 옛집이 당연히 들었다. ● 걸인도 다독이는 따스함 옛집의 벽에는 모 방송국 PD가 쓴 글이 걸려 있다. 그 글 중의 일부분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삼각지 근처의 국수집 하나를 촬영했을 때의 일입니다. 멸치국물로 진하게 우려낸 국수와 속이 알차 보이는 김밥 정도가 메뉴의 전부이지만, 한 끼를 거뜬히 때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진짜 우리 할머니 같은 주인의 마음씨가 더해지면, 아무리 양이 많은 이도 그득해진 배와 벌어진 입을 추스르며 가게문을 나세게 되는 집이었습니다. 방송 다음날 무심코 제 앞의 전화가 울려서 받았습니다. 한 40대 정도의 남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거기 갔다온 PD를 찾아서 당사자임을 밝혔더니 갑자기 귀가 따가워졌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사람입니다.” 황당한 서두였습니다만, 그의 이야기는 길었습니다. 그는 15년쯤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털어먹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그의 곁을 떠나버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노숙자가 되어 용산역 앞을 배회하는 서글픈 인생이 된 거죠. 하루는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용산역 앞에 늘어선 식당들 앞에서 밥 한 술을 구걸했지만, 그는 어느 곳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답니다…. 박절한 세상인심에 그는 반미치광이가 되어갔습니다. 용산역 인근 식당을 일일이 다 들어갔으나 모든 곳에서 박대를 받고나오며 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지요. 한 집 한 집 지나쳐가다가 작은 골목에 있는 할머니네 국수집까지 간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환하게 웃으며 선선히 맞아주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퍼넣고 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그릇을 뺐었다네요. 그러더니 할머니는 삶은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가져다주더랍니다. 거의 두 그릇 양은 됨직한 국수를 다 털어넣은 뒤에야 할머니께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국수를 삶는 틈을 타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때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신을 속이기만 하던 세상, 자신을 버렸던 사람들이 쳐둔 얼음장 속에 숨막혀 가던 자신에게 할머니의 말 한 마디는 그야말로 따스한 불씨 한 조각이었다는 겁니다. 그는 얼마 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파라과이로 혈혈단신 이민을 떠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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